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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육에 대한 사색

하늘계단。 2018. 3. 13. 23:52

1. 오늘 두번째 '역사와 사회과학' 수업을 들었다. 수업에서 와닿는 부분이 많아 그와 관련한 이런저런 나의 사색들을 블로그에 적어놓고 싶어 글을 쓴다.


2. 역사교육은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하는 교육활동. 

즉, 역사교육은 역사적 사실을 주입하는게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서 '역사'만큼 중요한 단어는 '교육'이다. 역사교육은 학생들이 무엇을 배워야 할 것인가, 어떤 것을 머리와 가슴에 남길 것인가 하는 문제의식이 중심이 되어야 하고, 그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서 개별 지식들을 재료로서 어떻게 잘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이어야한다.

이는 수학교육에 대입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수학교육에서 목표는 학생들이 수학을 잘하게 되는 것이 아니다. 사실 대부분의 학생에게 중학교 이상의 수학지식은 그다지 쓸모가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수학을 배우는 이유는 숫자를 활용한 스킬을 익히는 것이라기보다는 그러한 공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논리적 사고방식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도 마찬가지다. 역사교육에서 목표는 역사 지식을 얻는데 있지 않다. 역사교육이 지향해야하는 바는 학생들로 하여금 과거와 현재의 연속성 안에서 역사적 사실에 대해 생각해보고, 논리적 사고를 통해 합리적인 역사적 판단을 내리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내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여기에 더해, 학생들에게 역사적 감성을 키우도록 하는 것도 역사교육의 중요한 목표라고 생각한다.


3. 역사는 시간을 다루는 학문이다.


4. 역사는 인문학일까, 사회과학일까. 

먼저 이 둘을 구분하게 하는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주로 이 둘의 차이를 양적 연구의 가능성에 따라 나누고 있었다. 

보통 사회과학은 일반화와 법칙성을 추구한다고 하는데 사실 꼭 그런 것 만은 아니다. 사회학에서 특정 부족에 대해 참여관찰 연구를 하는 경우나 특정 인물에 대해 해석적 연구를 하는 경우에는 오히려 특수성을 추구하며, 연구자의 주관이 개입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사회과학에서는 이런 인문학적 방식뿐만 아니라 통계를 바탕으로 법칙성을 발견하는 연구방식 또한  하나의 주요 방법론으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인문학과 다르게 '과학'이라는 타이틀을 붙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양적연구를 하느냐 안하느냐는 과학과 비과학을 가르는 지점은 아닌 것 같다. 현재까지 역사학에서는 양적인 방법으로 진행한 연구를 거의 보지 못했지만(디지털 인문학적 연구를 제외하면 있는지 없는지..) 역사학도 사회과학적 요소를 갖고있다고 말한다. 이는 역사학 연구가 모두 주관적 상상으로만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사료를 바탕으로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추론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환단고기처럼 논리적 타당성을 갖지 못하는 역사 연구는 학문적 영역에서 배제된다. 정리하자면, 역사학은 인문학적 상상력이라는 바탕 위에 있지만, 나름의 사료를 통한 나름의 합리적 기술을 통해 '과학'이라는 요소를 포함하고 '학문'으로서 위상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5. 한국 역사교육은 계열성이 없다.

역사는 수학과 달리 지식의 위계가 없다. 이 말은 수학에서 구구단을 배워야 함수를 배우고 그 이후에 미적분을 배우듯, 초보적인 지식을 배워야 그 다음 지식을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해당 지식에서 어떤 부분으로 접근하든 수준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 역사 교육에 있어서 계열성이 없는 것은 분명하지만, 실제로 이상적인 역사교육을 그려볼 때 계열성이 없는 것이 과연 좋은 것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역사에 있어서도 피상적인 지식을 배우는 것 -> 배운 지식들을 연결해보는 것 -> 더 큰 사실들을 단위로 서로 비교해보는 것 -> 거시적 흐름 속에서 역사적 판단을 내려보는 것.... 등 이런식으로 역사적 사고의 깊이에 따라 계열성 있는 교육과정을 설계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이런 역사적 교육방식이 기존에 (지식의 위계가 아니라) 역사적 사고의 위계가 없는 역사교육보다 더 나은방식이 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