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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분 좋은 일

하늘계단。 2021. 10. 22. 01:29

블로그 글을 쓴지가 정말 오래됐다. 그런데 정말로 오랜만에, 그리고 이 오밤중에 다시 나로하여금 글을 쓰게 만드는 일들이 요즘에 일어나고 있어서 나는 오늘 글을 쓸 수 밖에 없다.

 

나는 애국자다. 그런데 사람들이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애국자는 아니다. 우리나라를 향한 나의 마음은 충(忠)이라기 보다는 호(好)와 애(愛)에 가깝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우리나라를 좋아했고, 언제나 우리나라의 멋지고 아름다운 것들이 세상에 많이 알려지기를 바랬다. 소원했다라고 말해도 괜찮을 것 같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이런저런 욕망과는 좀 다르게, 내 영혼이 순수하게 바라는 일이었던 것 같다.

 

어쩌면 내가 살아온 삶도 여러 단계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늘 내가 바라는 그것으로 향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중학교 때 미국에서 잠깐 거주할 때도, 나는 영어로 된 판타지 소설류의 책보다는 한국 역사 책과 국어 교과서를 보는 일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석사과정 때도 SQL 문을 쓰면서 데이터베이스를 다루는 것은 그다지 흥미롭지 않았지만, 그래도 행복하다 여겼던 것은 한국 역사와 문화유산에 대한 자료를 다룰 수 있다는 것이었고, 또 때때로 우리나라 지방 곳곳을 답사하며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이드를 하고자 할 때, 이 일을 하면서 먹고살기란 참 어렵다는 말을 귀에 못히박히도록 들었지만 그럼에도 망설이지 않고 내 길을 가고자 했던 것은 한국 역사 문화에 대해 공부하며 알아가는 매일매일이 너무 행복했고, 외국인들에게 그것을 알려주는 것을 업으로 할 수 있다는 건 참 보람될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래, 나는 어느 하나에 정착하지 못하고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고 이런저런 관련없는 일들에 손대며 세월을 보낸 것 같지만 결국 돌아보면 내 오랜 바람을 향하고 있었다.

 

지금 나는 경희대학교 스마트관광원 박사과정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이곳에 들어오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가이드를 하고자 했지만 코로나가 나를 막아섰고, 이곳에 정착하도록 만들었다. 지금까지, 관광에 대해 공부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 아니, 이렇게 걱정없이 공부할 수 있는 것은 정말 큰 호사이며, 배움 자체는 참 흥미롭고 뿌듯한 일이다. 하지만 가끔 생각하는 것은 나의 내 전공인 관광에 대한 열정은 내 오랜 바람에 대한 열정만큼 깊지는 않다는 것이다. 사실 나의 관광에 대한 관심의 뿌리는, 한국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었기 때문에.

 

최근에 BTS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한국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넷플릭스 1위를 하고, 전 세계인들이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있다. 나는 그런 뉴스를 보는 매일매일이 너무 즐겁고 기분이 좋다. 어느 한국인인들 그런 소식에 기분이 좋지 않으랴마는 이런 날들을 내심 오래도록 바래왔던 나에게는 뭔가 특별한 울림이 있는 것 같다. 오래 전에도, 지금도 나에겐 가장 기분 좋은 일. 그런데 이런 전세계적인 한류의 인기는 나에게 또 한가지 자극과 깨달음을 주는 것 같다. 내 안의 깊은 곳에서는 알고 있었지만, 평소에는 자각하지 못했던, '나는 정말로 한국의 문화와 멋, 고유성을 좋아하고 그것이 알리고 더 아름답게 만드는 일이 내 삶의 커리어의 일부가 되기를 원하고 있구나'라는 것. 

 

이러한 자각들이 나의 의식의 수면위로 계속 올라오게 되면서, 언젠가부터 내가 박사과정을 공부하는 자세와 목표가 약간 바뀐 것 같다. 사실 처음 박사과정을 시작할 때는 실력을 쌓고 관광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면 한국의 관광 발전에도 기여하고 관련된 일도 할 수 있겠지.. 하는 좀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어떻게보면 관광이 먼저였고, 또 언젠가부터는 논문과 실적이 먼저가 되었고, 그런 것들이 다 충족이되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도움이되겠지 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게 생각하고 있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게 가장 먼저이고, 내 오랜 바람을 향해 가는 것 자체가 가장 중요한 일이다. 관광과 기술과 논문 등 기타 여러가지 박사과정에서 해야하는 일과 공부들은 모두 그것을  성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단일 뿐이다. 그리고 그 성취는 나 개인의 부와 지위, 안정된 삶을 위한 것이 아니고, 그저 나를 기분좋게 하는, 내 영혼이 나를 기분좋게 해주기 위해 세워놓은 목표를 위한 것일 뿐이다.

 

물론 나는 지금 나의 삶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나는 천성적으로 공부를 정말 좋아하고(어떤 사람들은 이것을 굉장히 이상하게 생각한다), 배우는 것이 즐겁기 때문에 박사과정에서의 공부가 힘들다고 생각한적은 별로 없다. 난 박사과정 내에 더 많은 내공과 실력을 쌓고, 다양한 스킬도 배우고, 또 더 많은 깨달음을 얻고 싶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내게 어떤 실적을 가져다주고, 미래에 어떤 JOB을 가져다줄지에 대해서는 난 별 관심이 없다. 단지 난 박사과정에서 공부하며 생활하는 하루하루가 나는 내가 '가장 기분 좋은 일'을 하기 위한 한걸음 한걸음이 되길바라며, 그 목표로 향하는 발전적인 길이 되기를 바란다. 스티브잡스가 Connecting the dots 라는 말을 했듯이, 나의 박사과정도 미래의 나를 위한 소중한 점들을 찍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언제나, 최선을 다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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